파티에 간 펙틴 - 부제: 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어느날 잼팟이라는 핫한 클럽에서 파티가 열렸어요.


파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펙틴이지만 절친인 과일들이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묻혀 갔답니다. 펙틴은 평소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외톨이지만 과일들은 펙틴 없이는 살 수 없다면서 언제나 같이 다니기로 했거든요. 

파티장은 소문대로 핫한 곳이어서 곧 물반 설탕 반으로 꽉 채워졌습니다. 활발한 물은 대놓고 펙틴을 밀어냈고 달콤한 설탕은 끌리긴 했지만 펙틴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과일과 꼭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디제잉이 열기를 더하면서 잼팟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과일들이 그 분위기에 흐트러지면서 펙틴을 놓아버리기 시작한거예요! 

홀로 떨어진 펙틴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잼팟을 떠돌아 다녔지만 
아무도 펙틴에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활발한 물은 달콤한 설탕에게 쏙 빠져서 설탕을 빙 둘러싸고 모여 있어서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거든요. 
물은 무서운데다 설탕은 물에 둘러싸여 펙틴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과일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져서 쥬스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펙틴은 쥬스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묽어져서 퍼져 있는 쥬스를 그러모으기엔 역부족이었어요. 

다른 펙틴들과 손을 잡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어두운 오오라(네가티브 차지)를 띈 펙틴은 너무 부끄러움을 타서 차마 다른 펙틴에게 도움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좀 모일라쳐도 질투심 강한 물이 너무 많아서 이리저리 치이기만 했답니다. 

하지만 점점 잼팟안이 뜨거워지면서 많은 물들이 떠나자(기화하자) 펙틴은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새콤한 레몬쥬스를 마시고 어두운 오오라를 떨쳐낸 펙틴은 다른 펙틴들과 손을 잡고 설탕, 물과 함께 뒤섞여 놀고 있던 쥬스를 잡아 들여 가두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분위기가 바뀌었다는것을 알아차린 설탕과 물, 그리고 쥬스는 도망치려 했지만, 펙틴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상하좌우 모든 곳에서(3차원 그물구조) 그물을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잼팟의 온도가 절정 - 화씨 220도씨 -을 찍는 순간 잼팟안의 주도권은 드디어 펙틴의 손아귀 안에 잡히고 말았답니다. 

"이제 모두가 함께야!" 

완성된 잼이 단단하고 투명한 잼병에 하나씩 하나씩 가득 담겨갔습니다. 
단단하게 뚜껑이 잠기는 소리를 들으며 펙틴이 속삭였습니다. 

"영원히!"  




-후기-
제가 썻지만 과학적이면서도 참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으쓱으쓱)

잼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쓰려다 보니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기쁩니다. 

펙틴의 진실 -음식과건강

발단. 

요 한달 사이 잼 만들기에 관한 포스트를 두개 올렸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해당 포스트 방문자가 갑자기 늘어서 무슨일인가 하고 찾아봤습니다. 

최근 여러 이슈로 부정적인 방향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모 프로그램에서 잼에 팩틴이 들어간다는 문제를 들고 나왔던 모양이네요. 

.....흠.....

모 프로그램의 펙틴에 대한 논지는 이랬습니다. 
(구연산도 뭐라그러셨다던데 관심없..)

1. 펙틴은 식품 첨가물이다.
2. 펙틴과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착한 수제 잼'을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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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짤방이라면서요? 적절해서...)


방송에서도 부족하긴 하지만, 펙틴이 식물에 포함되어있는 탄수화물의 일종이고 잼의 농도를 짙게 하는 증점제 역할을 한다고 어느정도 설명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건강 잼'을 표방하는 수제잼 업체에서는 '식품첨가물'인 펙틴을 사용하지 않고 잼을 만든다는 말은 펙틴을 사용하면 건강하고 '착한' 잼이 아니란 말인가요? 

저도 잼에 펙틴을 안넣기는 하지만, 그 이유는 건강한 잼이나 착한 잼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1.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2. 사는게 귀찮기 때문에
입니다. 

우선 펙틴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알아봐야 할것 같은데요...


펙틴은 무엇인가? 


펙틴은 모든 식물의 세포벽에 포함되어 있는 다당류 섬유질의 일종으로 식물의 형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성분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성질로 잼이 시럽처럼 흐르지 않고 빵에 발려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잼을 가열할때 과육이 물러지는 것은 세포벽이 파괴되기 때문인데요. 바로 이 순간 세포벽 안의 펙틴이 흘러나와서 잼 전체에 퍼지고 설탕, 산과 반응해서 거미줄처럼 점착성 있는 실을 퍼트려서 잼을 굳히게 됩니다. 
 
과일이 익을수록 과일안의 효소에 의해 펙틴이 분해되어 줄어들기 때문에 잼을 만들때 조금 덜익은 과일을 조금 섞어주어서 다양한 맛과 단단한 젤링의 두가지 새를 동시에 잡고는 하지요. 

어떤 분들은 펙틴이 잼을 만드는데 필수적이라고도 말하십니다만... 



잼을 만들려면 펙틴이 필수적이다? 

-> 아닙니다. 펙틴은 왠만한 과일에 충분히 들어있으니까요. 

제가 잼을 만들때 펙틴을 안넣는 이유 1번,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귤, 오렌지, 자몽등의 시트러스 계열 과일이나 신맛이 있는 사과 등은 펙틴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따로 펙틴을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 과일들을 졸여서 펙틴을 추출하거나 저처럼 레몬, 귤씨를 모아서 얼려놨다가 잼 만들때 넣어서 펙틴을 우러나오게 할 수 있지요.
 
딸기나 복숭아, 살구 등의 단맛이 강하고 신맛이 약한 과일들은 펙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넣거나 펙틴(위에서 말한 레몬 껍질이나 씨 등)을 추가해 주어야 합니다. 아니면 그냥 수분을 많이 날리는 방법도 있고요. 

시판 펙틴을 넣을 수도 있고요. 만드는 사람의 선택이니까요. 


펙틴만 넣으면 잼이 쉽게 만들어지나요? 

그렇게 쉬우면 다들 집에서 잼을 만들겠죠?

펙틴은 혼자 놀지 않습니다. 친구도 필요하고 알맞은 환경도 필요합니다. 

충분한 설탕과 산도(Acidity, 크라운 산도가 아니예요)가 필요합니다. 

5분만에 잼을 만드네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렇게 편하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그렇죠? 

길게 설명 안하는 이유는 이거로 또 포스팅 거리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입니다. 
너무 설명이 길면 읽기 힘들어서예요. 


설탕을 안쓰는 잼이 있다? 

잼에 설탕이 들어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잼은 보존식에 속하고 잼이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설탕입니다. 당뇨라던가 기타 이유로 설탕을 못드시는 분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요. 
일단 잼(Jam)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설탕의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1%-60%가 '최소 기준'이지요. 

그 이하로 들어가거나 다른 재료가 들어간다면 그건 분류상 잼이 아닌 다른 것이 되어야 합니다. 

다이어트 잼이라던가.....


펙틴이 몸에 안좋은가? 

그럴리가요. 위쪽에서 땅에서 난 모든 식물의 세포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죠? 
몸에 안좋으면 이미 인류는 멸종했습니다. 

그리고 펙틴은 식이섬유입니다. 
식이섬유는 소화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배출됩니다. 

소화섬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고 계실테니 넘어갈께요. 

아직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겠지만 펙틴이 세슘-137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습니다. 

p.s. 덧붙이는데... 
그렇다고 일반 식단에 포함되는 것 이상을 섭취해서 좋은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물이나 공기도 많이 마시면 죽습니다.  





하나의 밥상에 담긴 수많은 것들 -일본식(Japanese)

7일간의 긴 여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진 세가지는 자연과 쌀, 누룩이었습니다. 

그 세가지가 이 밥상 하나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생각할 것이 많았던 한상 차림이었습니다. 
한눈에 보기엔 그리 특별한 것 없어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식의 식당차림은 홍대에서 시작된 수많은 '일본 가정식' 식당으로 익숙하지요. 그러나 이 안에 담긴것은 아직 한국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밥과 뜨끈하고 녹진한 된장국 한그릇이 나옵니다. 
돈지루같은 진함이 있지만 이 진함의 비결은 누룩이라고 하네요. 
곁들이는 차가 자랑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찐 쌀에 누룩을 입혀서 틔운뒤에 말려서 볶아낸 간단하다면 간단한 차인데, 이게 깜짝 놀랄 정도로 달콤하고 감칠맛이 돌더라고요. 
일본의 요리는 계절을 먹는 것이란 말이 있었는데 채소들 하나하나가 다 초봄에 채취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었습니다. 고사리와 죽순, 유채나물, 무우, 눈 사이에서 자란 연두 싹파들에 가벼운 양념을 해서 올렸고요. 

토종닭가슴살위에 올려놓은 까만 것은 소금누룩을 올리브유에 튀겨내어 만들었습니다. 
(확 트여서 밖에서 안을 잘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부엌)
모든 음식의 간은 쌀누룩을 사용해서 맞추거나 절여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단맛과 짠맛, 감칠맛을 다 갖추고 있으니 정말 다른 양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것 같네요. 
끝나고 간단한 간맞춤 예시를 보여주셔서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연식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음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흔히 '건강한 맛'=맛없음이라고 알려진것과는 달리 단맛, 짠맛을 다 살려서 음식을 할 수 있구나라고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찾아가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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