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헌혈 뒤 쓰러져 뇌사"
오늘 어떤 기사의 헤드라인입니다.
처음에 뭔가 헌혈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기사 덧글에도 '내가 이래서 헌혈을 안해' 같은 덧글들이 쭉 달리고 있었고요.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니 제목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기사 내용은:
"지난 9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헌혈의 집에서 A(26)씨가 헌혈을 마친 뒤 갑자기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딫쳤다. 사고 직후 A씨는 머리에 출혈과 골절 등의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한 차례 받았으나 현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진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제목과는 달리 헌혈 뒤 쓰러져서 생긴 머리 골절과 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다른 기사에는 A씨가 쓰러진 이유가 '혈관미주신경 실신' 때문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혈관미주신경 실신은 Vasovagal syncope라는 증상으로 가장 흔한 실신의 원인입니다.
피를 본다던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운날 바깥에서 장시간 서있을때 사람들이 쓰러지는것도 이것이 원인이 될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헌혈도 한가지 원인에 속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혈압과 심장박동수의 저하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실신하게 됩니다.
헌혈이 끝난다음 잠시 누워있게 하고, 쥬스 등의 음료를 주는것이 이런 것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몇몇 기사에서 혈관 미주신경 실신때문이라고 쓰긴 했지만, 갑작스런 실신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확실한 진단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이 혈관미주신경 실신이긴 합니다만, 기립성 저혈압도 상당히 흔한 원인입니다. 뇌졸중이라던가 심장마비등, 부정맥, 몇몇 혈압약들도 실신의 원인이 되고 저혈당 등의 원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헌혈 뒤 쓰러져서 사망했다는 것으로는 위에 적힌 여러가지 원인들 중 어떤것이 진짜 원인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몇몇 가능성들은 헌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까지 한 상태에서 성급히 결론 내릴 수 없지요.
까마귀가 난 뒤에 배가 떨어졌다고 해서 까마귀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 헌혈과 뇌사를 연결지어서 말하는데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 >헌혈증에 대한 괴담<이 돌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못믿겠다며 헌혈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지요....
p.s. 물론 헌혈한 뒤 혈관미주신경 실신을 예방하기 위해 조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관련기사/참조자료
http://news.nate.com/view/20110614n16145
http://ghestalt.egloos.com/4266861




덧글
...... 개인차가 있을 테니 완전히 없애기는 좀 힘들겠지요.
...하지만 100% 안전한게 아니면 위험하다! 라는 분들이 워낙 많죠... :)
그 때도 여러 명 픽픽 쓰러져 나갔던걸로 기억합니다.
그것도 한참 더운 7월달에요.
이런 경우가 아니면 그쪽에서 권해주는 대로 안정을 취하고 나면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네요.
결국 자극성 강한 단어를 선택하는 기자양반의 문제가 아니려나 싶습니다.
제목도 본문만큼 많은 걸 전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오독의 여지가 있도록 쓰는 기사도 기사지만,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고 비난하기에만 바쁜 몇몇 분들도 좀 보기 안좋더라고요.
인지하고나서는 좀 더 생각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잘 안되네요 ^^
편견타파는 정말 힘든 일이예요.
두 달에 한번 꼴로만 피를 뽑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제가 피를 뽑을 수 있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군요. ㅎㅎ) ;;;
저는 급격한 체중감량으로 인해 철분부족에 걸린 뒤로는 수치가 헌혈기준치를 못넘어서 1*년째 못하고 있습니다.;ㅅ; 하고 싶은데에에... 건강이 안 도와주네요.
헌혈은 의외로 조건이 까다롭지요. 꼭 헌혈 하실 수 있을만큼 건강이 나아지셨으면 좋겠어요. :)
가족들이 장기를 기증하겠습니까(…) 장기 기증 소리 듣고 찾아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왜곡기사더군요;
당장, '차'가 건강에 좋다~! 란 논문보다는 '차'가 식도암을 초래한다~! 란 논문을 먼저 뽑는 것이 기사인지라...
(그래도 charlie님께서 이렇게 오류를 알려주시니 앞으로는 논란이 줄겠지요.)
헌혈 가능시기가 된 지 며칠 지났는데 내일쯤엔 혈액원으로 가야겠네요. ㅎㅎㅎ
그 이후에 병원에서 하라는건 무조건 다 합니다. 피뽑고 솜 문지르란것도 분맞춰서 합니다.
약 설명서도 다 읽고 따라하는 착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
기사 보니 남일같지 않네여... 기절할수 있다 이런 얘기할때도 전 태어나서 기절 한번도 안했는데여 무슨 소리 ㅎㅎㅎ 이러고 무시했다가 ... 그래도 여름이라 길바닥은 참 온돌처럼 따스하더군요....
미주신경실신을 종종 겪어본 저로써는
헌혈을 하고 싶었지만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드네요
일단 몸이 건강한 사람이 헌혈을 해서
문제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그것이 뜻깊은 헌혈이 될테니깐요
무작정 줄줄이 문제 삼고 안한다는 인식은
병원에 피를 기다리는 분들에겐 안좋은 소식일 밖에..
위 사건의 뒷이야기입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숙연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