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응급실 입원 절차와 방법 및 팁 몇가지 희노애락

아침에 이를 닦다가 기침을 좀 했는데 세면대가 빨갛게 물들더라고요.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색은? - 예쁜 선홍색! -> 호흡기 출혈! 
양은? - 50~60ml 정도 -> 작은 혈관 출혈으로 보이지만 한스픈은 훨씬 넘는 넉넉한 양이니까 당장  응급실! 
원인은? 최근 가슴을 맞거나 어디에 부딪힌 적이 없으니 외부 트라우마일 가능성은 적고...기관지염? 폐렴? 폐암? - 확실하지 않음. 

대충 피를 닦고 일부는 혹시 몰라 담았다가 새로 기침하면서 토한 피를 깨끗한 지플락에 담으면서 버리고 속옷과 양말, 세면도구, 충전기를 챙겨서 세브란스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3차 진료기관인 세브란스 응급실은 언제나 붐비고 병상 하나 차지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특히나 코로나 시국에서 그 어려움은 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았지요. 
자.. 입구에서 이미 방호복을 입으신 의료진들이 접수를 받고 계시는데 방문 목적을 묻고 체온을 잰 뒤, 바깥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여기는 방문자와 환자들의 중증도를 초기 구분하는 임시 트리아지같은 곳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본격적인 트리아지로 이동합니다. 

주차장 공간을 개조해서 간이 천막과 히터, 의자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와 간단한 인적사항(거주지/이름/보호자전화번호) 등을 적고 문진을 받은 다음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일단 기다려야 하는데요. 팁이라긴 뭐하지만 중증도를 보여주면 평균 대기시간인 4-5시간을 기다리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진상도가 아니라 중증도입니다. 한번 더 말하지만 진상도가 아니라 중증도입니다. 

기다리면서 날숨 끝에 폐 속에서 부글거리는 느낌(귀속에서 털이 까슬거리는 느낌과 비슷) 하길래 기침 두어번 해주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가 빨개집니다. 서비스 속도도 체감이 될 만큼 빨라집니다. 

드디어 응급실로 들어갑니다. 코로나 검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 코로나 환자로 추정하고 전염의 위험성을 막기위해 격리 병실로 들어가고 의료진들이 들어올때마다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들어옵니다. 

여기서 부터는 일반적인 응급실 프로토콜입니다. 느긋하게 끊임없는 피검사와 기타 검사를 받고 결과에 따라 담당의를 배정받고 해당 의과 병동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에 안그래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진들이 평소 보다 더 검사에 시간이 걸립니다. 보통 반나절이 넘지 않는 응급실 체류가 28시간을 넘어가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식사(....)입니다. 

응급실에서는 위생 및 혼잡, 환자들의 안전 등등을 생각해서 식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에 방문객을 받지 않고 상주 간병인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혼자 응급실에 있는 환자는 사냥이나 채집, 구매를 통한 식사의 조달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보호자와 함께 응급실에 들어가도록 합시다. 보호자도 코로나 검사를 같이 받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입원이 결정되면 원무과에 가서 병실을 예약하고 수납을 한 다음 병실이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2인실까지는 보험처리가 된다며 2인실을 권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자리가 나야 들어가는 복불복입니다. 응급실로 돌아가 마음 편히 기다립시다. 보통 24시간 안에 병실이 나온다고 합니다만. 전 30시간째 자리가 안나더군요. 

계속되는 검사덕분에 시간이 정말 잘 가기는 합니다. 하지만 별로 즐겁지는 않으니 모두들 몸 조심 하세요~


덧글

  • 2021/03/12 17: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1/03/13 18: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rumic71 2021/03/12 17:56 # 답글

    빨리 쾌차하시길...
  • Charlie 2021/03/13 18:40 #

    쾌차까지는 안바래도 원인이 뭔지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원인을 모른다네요.;
  • 포스21 2021/03/12 18:49 # 답글

    쾌차 하세요!
  • Charlie 2021/03/13 18:41 #

    감사합니다~!
  • 라비안로즈 2021/03/12 20:12 # 답글

    헐.. 무슨일이신가요;;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 Charlie 2021/03/13 18:41 #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ㅠ
  • 무명병사 2021/03/12 20:45 # 답글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부디 큰일이 아니길 바랍니다.
  • Charlie 2021/03/13 18:42 #

    그러게 말이예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루루카 2021/03/12 21:35 # 답글

    별일 없으시길!!!
  • Charlie 2021/03/13 18:46 #

    여기서 더 무슨일이 있겠어요? 라고 답글을 달고 싶지만 후환이 무섭네요.
  • 무지개빛 미카 2021/03/12 21:37 # 답글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Charlie 2021/03/13 18:47 #

    꼭 해야할 일은 별로 없지만 하는게 좋은 일들이 절 기다리고 있으니 나아져야죠!
  • asianote 2021/03/12 22:14 # 답글

    쾌유를 기원합니다.
  • Charlie 2021/03/13 18:47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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