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0일
집단 히스테리(Mass Hysteria), 탄저병과 공포
몇년전, 미국에서 탄저병(Anthrax) 테러에 대한 공포가 퍼지던 적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소수에 그쳤지만, 그 여파는 엄청났었지요. 관공서에서는 혹시 편지 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탄저병균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고, 여파를 타고 모방범죄라던가 협박시도들이 늘어났었습니다. 테러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었습니다.

탄저병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탄저병은 원인이 되는 저 탄저균의 포자가 호흡기에 들어가거나, 먹거나, 피부에 접촉할때 생깁니다. 이중에서 호흡기에 들어갔을 경우 치사율은 초기에 치료하지않으면 100%에 가깝기 때문에 위험한 병으로 분류되지요. 초기증상이 기침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사람-사람간의 직접 전염의 확율은 극히 낮지만 탄저병에 걸린 사람의 옷이라던가 시체에서 포자가 퍼질 위험은 존재합니다.
그런것들이 계속되던 어느날.. 야근이 끝나고 퇴근하기전에 응급실에서 서류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환자가 한 무리 가득 몰려왔습니다. 재난대비 훈련때 말고 그렇게 많은 앰뷸런스를 한꺼번에 본 적이 없었습니다. 환자라기보다는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고 폐를 토해낼듯 기침을 하고 있는 근처 중학교의 학생들이었어요. '죽고싶지 않아요.' '살려주세요.' '엄마.' 응급실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지요. 아이들과 같이 온 몇명의 교사들 역시 비슷한 상태였습니다. '탄저병이예요!' 라고 누군가가 소리쳤고, 응급실은 폐쇠가 되었습니다.
발단은 수업이 진행되고 있던 중 한 학생이 이상한 냄새를 맡으며 시작되었습니다. 민감한 몇명의 학생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곧 열이 난다고 교사에게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반 아이들 전부가 기침을 시작했고, 열이 올라서 실신하는 학생까지 생겼지요. 학교는 휴교가 되고 그반의 학생들은 모두 응급실로 실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는 도중에 동석한 교사들마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지요...
다시 응급실로 돌아와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직원들은 모두 보호용 장비를 착용하고 천식이 심한 몇명의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하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전파와 발병이 이렇게 빠른걸 보면 이건 절대로 탄저병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그때의 탄저병 발생시 대책 메뉴얼은.. '의심'되는 환자가 있을시에는 해당 부서를 격리하고 경보가 해제되기까지 아무도 들어오고 나갈수 없게 막게 되어있어서 만에 하나 진짜 탄저병 테러일 경우를 대비해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물론..
모든 혼란의 발단인 이상한 냄새가 주말에 새로 칠한 페인트였다는게 밝혀지고, 검사가 다 끝나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진정된 다음에 격리가 풀리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 뒷정리를 끝내고 마침내-30여시간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그건 집단 히스테리(Mass Hysteria)였습니다.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약간의 시각,후각적 자극을 통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것을 말합니다. 평소에 TV와 각종 매체에서 탄저병 테러에 대한 무시무시한 뉴스와 그 병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던 학생들이 새 페인트의 냄새에 탄저병원균 공격이라고 믿어버린거예요. 처음 한두명이 기침까지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 공포의 전파가 빨랐을테고요. 그리고 제가 퇴근하기 몇분전의 응급실로 밀려들어오는데는 한두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믿음과 공포의 힘이란.. 그런겁니다.
# by | 2008/05/10 20:02 | Scrub | 트랙백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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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지니신 분들의 증상도 감기와 비슷하다는 소리를 어서 들었는데 말이죠. (거기다 더 심해지면 죽을 수 있다는 말도...)
왠지 그 교실 안에서 한 명이 그러니까 "아싸 수업 땡까자"하는 존재들이 있었을까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이라면 반드시 있습니다. 아폴로 눈병 때도 상당했는데 말이죠.)
폭탄테러에 대한 공포가 폭발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서로 짓밟히고.....1000명이상이 사망한 최악의 사건이었죠.
아브공군/ 그런 일도 있었군요.. 확실히 공포란.....
다음날 소동 이야기를 듯고 웃으면서 "그랬었어?"
라고 하실 수 있었을지도... ㅠ_ㅠ
아니면 저의 지나친 비약인가요?
찰리님 블로그 전부터 자주 왔었습니다. 포스팅 재미있게 읽곤 했구요... 아 실제로 만나면 참 즐거울 것 같은 분이구나 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최근 광우병 사태에 빗대어 하시는 포스팅 보면서 가슴 한켠이 참... 서늘하네요. 디워(댓글 워-_-;) 사태 때도 네티즌들의 집단적인 광기는 대략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광우병 자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전문가들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고, 지금 떠도는 괴담과는 다른 사실도 많지만, 확실한 것은 광우병은 존재하고, 그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사전예방 및 조치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겠죠. 지금 사람들을 집단 패닉 수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하나 둘 셋 넷 다섯, 모두 풀어버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일 겁니다. 이번에 관보 해석을 놓고도 정부에서 내놓는 답변은 굉장히 미흡한 수준이고요.;
사실 이 사태에서 정말로 비난받아야 할 것은 <우매한 대중의 공포심>이 아니라, 이런 공포의 근본 원인인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아닐까 합니다.
찰리님께서.. <우매한 대중의 공포심>에 대해서는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신 대 비해,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는 말을 굉장히 아끼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지네요.
그냥 지나고 나면 '왜 그렇게 오버한건지, 참...'하며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일로요...:)
생물학 무기로 쓸만한 것이 천연두와 탄저균, 에볼라라더군요. 천연두는 전염성이 강하지만 정복되었고, 탄저균은 잘 안죽지만 화학무기에 가까울 정도로 전염성이 안좋고, 에볼라는 약이 없지만 뭐가 문제가 있다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고 그러면서..
그런데 가장 무서운 것은 dna를 조작해서 천연두의 전염성과 탄저균의 생존성, 에볼라의 치명성을 합치는게 가능할거란 얘기를 쓰더군요. 그렇게 하면, 원래 있던 병균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병균이니 백신도 없어서 문제라고 하면서요.
찰리님께선 저 세가지 병의 강점(?)만을 합치는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도 슬슬 테러단체와 악연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자동차 몇대 동원해서 새벽녘에 돌아다니며 지하철 환풍구마다 (공기로 전염되는 세균을 뭍힌 것을) 한푸대씩 털어넣고 튀면 대책이 안설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음식밸리 세계밸리 과학밸리에서까지 비난들을 하고 계셔서 제가 별로 덧붙일 말도 없고, 그 욕설이 난무하는 동네에 끼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휴우..................
사실 직접적인 테러도 문제지만, 테러의 여파는 더욱 더 큰 문제일듯합니다.
광우병이(...이글은 광우병에 대해서 쓴게 아닙니다만...) 완전한 해석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저는 바로 그 불확실한 점이 문제가 된다기 보단 확실하지 않은 연구 결과들을 부풀리고 왜곡시킨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지적했을때, 돌아온것은 ....익히 아시는 인터넷의 반응이고요. :)
설마 같이 비난하지 않는다고 지금의 정치상황을 묵인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니라고 믿고싶습니다.
처음 덧글이시라니 반갑습니다. (조금 즐거운 주제로 인사해 주셨으면 더욱 즐거웠을테지만요..)
.......
정부의 정책에도 반대고, 무분별한 과장된 반대에도 반대입니다. 제대로 된 사실에 입각한 반대를 원해요...라고 말해도 다수이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려나요?
제인/ 글 좀 제 대 로 읽 어 주 세 요.
저는 그 방면에 대해 의견이랄게 없는 사람입니다. 저런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냐고 여쭌거죠(의견도 아는게 있어야 가지겠죠. 제 의견은 지하철환기구에 넣고 튀면 골아플 것 같다는 것 뿐입니다).
아무튼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두어세대 안에서도 엄청난 양의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니, 참 대단하군요.